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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일지

2018 캐나다 여행

장산곶매 2018. 9. 12. 20:24

두 달 남짓 은주와 캐나다 여행을 다녀왔다.

아름다운 곳에서 반짝이는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다.

그 즐거운 기억의 일부를 여기에 기록해둔다.

 

Squamish

여행의 첫 목적지는 스쿼미시.

7월 초반까지는 비오는 날이 잦아 느긋한 마음으로 관광을 다녔다.

중순부터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그늘을 찾아다니며 등반하기에 좋았다.

싱글피치 크래깅도 많이 했지만 기억에 남는 등반들은 역시 멀티피치 등반들이다.

Milk Road 로 Chief 를 처음 오른 것이 기억에 남고

은주의 Grand Wall 온사이트를 곁에서 지켜본 것은 평생 자랑거리로 삼을만하고,

Freeway 를 올라본 것도 스스로의 등반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Slhanay 정상에 불던 산들바람이 기억에 남고 Apron 정상의 아름다운 풍경이 벌써 그립다.

Apron
Howe Sound
Grand Wall ;Sword
Freeway ;Truckstop

 

Bugaboos

두번째 목적지 부가부

캐나다 사상 최악의 산불로 사방을 뒤덮은 연기를 피하느라 일정이 늦춰졌지만

마침내 도착한 Bugaboo 는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녹아버린 B-S Col 로 인해 등반지로의 접근에 어려움이 생기고

계속된 서부지역의 산불로 흐린 시야가 이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즐기며 다음을 기약해본다.

부가부 가는길
Crescent Spire 정상에서
Applebee 야영장의 저녁
빙하호수 앞에서

 

 

Rockies

부가부의 일정이 줄어들며 대신 로키 여행을 하게 되었다.

Kananaskis Lake 옆의 Joy 는 미리 정해진 듯 우리를 이끌며 이름처럼 즐거움을 선사했고

Canmore 인근에서는 오랜만에 석회함을 만지며 스포츠 클라이밍을 했고

Lake Louise 에서는 아름다운 호숫가의 규암 절벽에서 등반을 만끽할 수 있었다.

9월에 들어서자 불안정한 날씨와 제법 떨어진 아침 기온이 계절의 변화를 알려온다.

아름답지만 낯선 곳들을 헤매다 보니 문득 인수봉의 늘씬한 자태가 그립다.

Joy
Mt Indefatigable
Lake Louise
FIN

돌이켜보면 이번 여행이 성공적이었던 것에는

무엇보다 두 사람 사이의 신뢰가 바탕이 되었고

그 다음으로는 안정적인 생활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등반은 icing on the cake 이랄까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거기에 매몰되지는 않으려 노력했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둘러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매번 여행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지만

이번에는 특히 지구와 환경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던 것들을 체득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도 벗어날 수 없었던 자욱한 산불 연기는 충격적이었다.

그 연기속에서 피할 곳 없는 전 지구적 재앙을 맞은 종말론자 둘이 탄생했다.

 

이 모든 것들을 함께 경험한 은주에게 감사하고

종말이 오기 전까지 신나게 같이 할 것들을 궁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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