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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일지

2014년 9월 등반일지

장산곶매 2014. 9. 6. 23:01

2014.09.06 인수 은정+취나드B

2014.09.07 선인 요델

2014.09.09 선인 청암

2014.09.10 인수 생공사+아미동

2014.09.13-14 운악산 신선대

2014.09.20 인수 취나드B/ 심취(심우+취나드A)

2014.09.21 선인 측면길

2014.09.27 울산바위 문리대/요반2

2014.09.28 장군봉 기존길

 

 

2014.09.06 인수 은정+취나드B

 

추석 연휴 첫날.

낮 최고 기온이 31도라는 예보에 약속시각을 오후 1시로 늦춰 느긋하게 움직인다.

명절이라 한산할 것으로 생각했던 우이동은 생각보다 불교 신자들과 바위 신자들로 붐빈다.

 

오늘은 동면으로 이동해 은정길을 가보기로 한다.

개념도에 첫 피치가 5.8 이라 나왔는데 등반해보니 마지막 볼트 구간이 5.10b 쯤 되겠다.

두번째 피치는 개념도에 5.10b 라 나왔는데 5.10+ 급 슬랩.

세째 피치는 두번째 볼트부터 인공으로 올라 취나드B 3피치 앵커에서 종료하면 된다.

이후 취나드B 로 두피치 더 올라 귀바위 아래에서 종료.

취나드B 4,5 피치는 합해 65m 가량 되니 70m 로프 사용시 한번에 갈 수 있다.

 

은정길은 의외로 상당히 재미있는 길이었다.

소요장비 퀵드로 1세트, 소형캠 (에어리언 녹색/노랑/빨강)

어렵지 않지만 떨어지면 안되는 구간도 있어 경험이 부족한 선등자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겠다.

오랜만에 인수에서 닥터링 없는 깨끗한 바위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2014.09.07 선인 요델

 

아침에 올라갔지만 올라가다 물가에서 한숨 자고 학교길 앞에 가서 다시 자고.

요즘 산에서 자는데 맛들인듯.

오후 1시가 넘어 써미트 엑서사이즈 한번씩.

홀드가 미끄럽고 발도 안찍혀 등반이 힘겹다.

 

기분 전환하러 요델 버트레스 갔다가 반성하고 와야 했다.

시작점의 슬랩은 어렵고 이어지는 페이스는 무섭고.

둘다 정신적으로 지쳐 두피치만 하고 내려왔다. 

유난히 등반이 안돼 힘들었던 날. 선인에 적응하기 쉽지 않군.

그래도 요즘 안해본 길들을 시도해 보고 있는 점은 좋다.

 

썩 잘하고 있진 않지만 노력하는 만큼 약간씩이나마 나아졌으면 좋겠다.

파트너와 도시락 까먹으면서 등반 계획을 세우다 보니 가을이 너무 짧은 듯 해 아쉽다.

 

 

2014.09.09 선인 청암

 

12시에 광장에서 출발해 오늘도 선인 아래에서 낮잠.

오늘은 얌전하게 청암길을 가보기로 한다.

 

예전에 학교길 테라스에서 우측으로 이동해 출발하는걸 본 적이 있는데

처음 와보는 것이니 아래의 첫피치부터 해보기로.

선호형이 가위바위보를 이겨 홀수피치 선등.

 

첫피치는 5.8 슬랩으로 짧다.

둘째 피치는 5.10a 로 표기된 페이스.

세째 피치는 5.11a 실크랙/칸테 등반.

네째 피치는 5.10c 슬랩

다섯째 피치는 A0 표기되어 있는데 자유등반도 하는 모양.

 

우리는 4피치 마치고 하강.

2,3,4 피치가 무척 재미있었다.

소요장비 퀵드로 1세트, 캠 0.75 이하.

선인에서 드물게 살벌하지 않고 재미난 길이었다.

 

선선한 바람에 바위의 까슬까슬함이 좋았던 하루.

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솜털구름이 참 인상적이었다.

 

 

2014.09.10 인수 생공사+아미동

 

연휴 마지막날이 되니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다리가 제법 무겁다.

오후 1시에 어프로치 시작해 비둘기샘에서 낮잠 자고.

다시 '선물'앞에 도착해 한참을 노닥거리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나서야 장비착용.

 

예전에 선호형이 후퇴했던 '생공사' 길을 가보기로 한다.

오늘은 내가 가위바위보를 이겨 먼저 출발.

1피치는 5.10a 치고는 제법 까다로와 30미터 오른 곳에서 피치를 끊는 것이 좋다.

여기서 25m 정도 더 올라 우정A 쌍볼트에서 다음 피치 빌레이.

2피치는 말바위를 오르는 구간으로 5.11a 의 난이도가 매겨져 있다.

리치가 짧은 사람은 더 힘들것으로 보임.

 

2피치에서 힘을 쓰고서는 기분좋게 마무리 하자고 아미동쪽으로 등반선을 잡았다.

3피치는 아미동 크랙. 4피치는 아미동 슬랩으로 마치고 시간이 늦은듯 해 하강.

 

이제 7시가 넘으면 어둑어둑할 만큼 해가 짧아졌다.

늦은 오후의 시원한 바람이 상쾌했던 하루.

 

 

2014.09.13-14 운악산 신선대

 

이제 당분간 크랙 등반 위주로 다닐 계획.

크랙 시리즈 첫번째로 운악산 신선대를 찾았다.

작년에 처음 갔을때 몇몇 크랙선들이 인상적이었는데 다시 가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토요일 11시 지나 운악산 광장 도착. 신선대 도착하니 12시.

자리 깔고 차 한잔 마시고 있으니 1시가 지났는데 바위가 계속 햇볕에 노출되어 있다.

신선대 크랙들은 동남면을 향하고 있어 낮시간 내내 햇볕을 받으니 더운 계절은 피하고 3-4월이 좋을듯.

아가미(5.10c)로 몸풀이 하고 신선대B(5.11a) 두번 시도해 RP. 청설모(5.11b) 한번 시도.

청설모 확보물 설치하며 오르니 젖먹던 힘까지 쏟아붓게 된다.

 

청설모(5.11b) 신선대B(5.11a) 용담

 

일요일은 8시 기상 9시 출발. 10시 신선대 도착.

청설모 한번 더 시도. 다음에 오면 볼트 사용하지 말고 캠으로만 해봐야겠다.

레이백으로 오르다 핑거 재밍하고 캠 설치할 때 기분이 좋았다.

에어리언 녹색 (또는 빨간 C3) 3개 소요. 볼트없이 가려면 비슷한 사이즈로 6개쯤 준비할 것.

선호형은 구절초(5.10b) 온사이트. 다음에 오면 아가미 대신 구절초로 몸풀이 하는것도 좋을듯.

 

아가미(5.10c) 구절초(5.10b) 코너크랙(5.11b)

 

신선대에 볕이 들어 1시쯤에 용담암장으로 이동.

간단히 5.10 대 루트 세개만 하며 몸풀이.

이틀간 무척 즐거웠다.

 

무지치 폭포 위에서 하산길 석양

 

 

2014.09.20 인수 취나드B/ 심취(심우+취나드A)

 

오전 10시 우이동에서 출발.

늘 하듯 비둘기샘에서 낮잠 자고 인수 아래 도착하니 1시.

산에 와서 상쾌한 공기 마시며 새들 지저귀는 소리 듣고 있으면 참 시간 잘 간다.

 

동면에서 비어있는 크랙을 찾다 결국 취나드B 로 몸풀이.

그동안 취나드B 를 올라 본 중 가장 자유로운 몸짓으로 편안하게 올랐던 것 같아 참 좋았다.

마치고 내려와 간식 먹고 있으니 4시.

때마침 심우길과 취나드A 의 등반자들이 다들 하강한다.

시간은 충분하고 날씨는 좋고 때마침 길이 비어 선호형이 예전에 봐둔 심우-취나드A 의 등반선을 이어가 보기로 한다.

 

등반선을 상상한 이에 대한 예우로 당연하게도 선등은 선호형의 몫.

심우길 출발해 사선크랙 지난 후 직상 크랙을 올라 밴드를 좌측으로 트레버스 하면 취나드A 의 확보지점과 만난다.

등반거리 55m. 로프 유통에 신경써야한다.

밴드 트레버스 구간에 녹슨 하켄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이들도 등반했던 길임을 알겠다.

다음은 취나드A 3피치로 힘을 쓰고 마무리. 깔끔하게 완등.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은 세상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사진은 없어도 마음에 담아둬야지.

하강은 심우길로 30m 세번. 하강하고 내려오니 6시. 2시간이면 족하다.

 

두피치의 등반이지만 새로운 선을 상상하고 실천한 파트너에게 축하.

참 좋은 계절이다. 

 

 

2014.09.21 선인 측면길

 

11시에 도봉산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비가 올듯 말듯 한 날씨.

선인을 올라갈까 말까 여러번 망설이다 일단 올라가보기로 한다.

전날의 등반으로 둘다 체력이 떨어져 어프로치 하는 발걸음이 천근 만근이다.

 

푸른샘 위쪽의 멋진 쉼터에서 늘어지게 낮잠.

2시 반쯤 일어나 다시 주섬주섬 챙겨 박쥐길 아래로 가보지만 등반자가 여럿이다.

남측오버행과 수인사라도 나눠둬야 할듯해 올라가본다.

여전히 남측오버행의 크랙은 아름답고 그 옆의 코너크랙, 디귿, into the wild 등의 등반선도 감상해본다.

 

인사를 마치고선 다시 좀 내려가 측면길을 가 보기로 한다.

시간이 3시 반이 지나 많이 늦긴했지만 가는데까지 가면 되겠거니.

가위바위보를 이긴 선호형이 첫피치를 먼저 나가는데 침니 중간의 볼트구간에서 힘을 많이 쓴다.

다음 피치에선 내가 반침니 출발지점에서 끙끙대고.

턱너머에 펼쳐진 장쾌한 바위의 풍경.  

설악을 연상케하는 바위지대를 50미터가량 지나면 우뚝 솟은 벽이 나타난다.

 

홀드가 좋은 벽을 출발하는데 20m 가량 위에 매 한마리가 꼿꼿이 앉아 꼼짝도 않는다.

선호형 헬멧을 빌려 쓰고서 등반하며 계속 매를 쫓아보지만 요지부동.

이 녀석, 이렇게 안하무인일수가.

5m 아래까지 접근해 소리내어 쫓자 그제서야 훌쩍 날아간다.

녀석의 영역에 침입했으니 내가 불청객이다. 금방 내려가마.

 

다음 피치는 정상으로 이어지는 침니.

여기까지 가면 전면으로 하강해야 하는데 우리는 남측으로 내려올 생각으로 신발도 안가져 왔다.

해는 저물어가니 여기까지 경치구경하고 올라온 길로 하강하기로.

벽에 매달려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하는 것도 오랜만이군.

로프가 끼어 오르내리며 회수한 끝에 하강을 마치고 짐을 둔 자리로 돌아오니 저녁 7시.

멋진 테라스에서 짐을 챙기며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세상에 쉬운 바위 따위는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배웠다.

덤으로 산위로 희미해져 가는 노을의 아름다움과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과 꼿꼿한 매의 기상을 볼 수 있었다.

모험으로서의 등반을 만끽했던 하루.

올들어 처음으로 하산길에 헤드랜턴의 불빛을 밝혀본다.

 

 

2014.09.27 울산바위 문리대/요반2

 

토요일 아침 공기가 쌀쌀하다.

이제 긴 팔이 어울리는 계절. 덤으로 조끼까지 껴입었다.

느긋하게 아침먹고 울산바위 어프로치.

이 좋은 가을날에 울산바위 전면벽이 텅텅 비어있어 놀랍다.

 

오늘은 선호형이 문리대길을 리딩하시고 내가 요반2 리딩할 계획.

선호형은 어깨가 아프다고 투덜대면서도 가벼운 몸짓으로 문리대길을 이어나간다.

등반선이 이어지는 곳에서는 두 피치씩 이어가며 등반.

쌍크랙 앞의 멋진 테라스에서 잠시 간식 먹으며 경치구경도 하고.

 

6년전에 내가 처음 갈때는 문리대길 마지막 피치 상단을 인공으로 올랐는데

이번에 해 보니 자유등반이 가능했다.

선호형의 깔끔한 전 피치 자유등반을 축하.

저 멀리 요반2의 등반선이 뚜렷하고 바로 옆엔 파릇파릇한 이끼가 보인다.

 

문리대길에서 번개, 요반, 요반2의 선이 뚜렷하다

 

PC샹그릴라 정상으로 이동해 건너편의 요반2 등반선을 감상.

크랙의 선이 무척 아름답다.

2년전 손정준 소장님께서 요반길 보수작업 하시다 찾아낸 등반선으로 요반길 7피치 20미터 우측에 위치한다.

이 크랙을 처음 보고 반해 온사이트를 벼르다 이제야 시도해본다.

 

든든한 파트너의 빌레이로 오름짓을 시작해본다.

중단에서 숨을 고르고 상단의 반침니에 들어가니 절로 기합이 들어간다.

마지막 침니 지나 쌍볼트에 클립하고 완료를 외치니 선호형이 더 좋아하신다.

 

요반2 요반2 중단 요반2 상단

 

등반거리 35m, 볼트없음, 소요된 캠 10개.

선호형도 가볍게 올라오셔 정상에서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좋은길 개척해 주신 손정준 소장님과 같이 해주신 파트너께 감사한다.

 

참 좋은 계절이다.

 

 

2014.09.28 장군봉 기존길

 

전날의 등반으로 몸이 무거워 둘째날은 가볍게 등반하기로 한다.

장군봉 기존길을 스윙으로 가기로 하고 가위바위보도 했다.

그런데 기존길 출발점 앞에서 보니 내가 암벽화를 안챙겼다. 쩝.

 

그냥 선호형 리딩으로 나는 장비회수 역할을 자청.

오랜만에 기존길을 만날 수 있어 좋은데 아쉬운 점은 볼트가 너무 많아졌다는 것.

기존바위라 부르기 부끄러울 만큼 볼트가 남발되어 있다.

선호형은 크랙옆의 볼트는 무시하고 캠 설치. 좋은 자세다.

느긋하게 정상에 올라 경치구경하고 하산.

 

9월의 끝자락에 단풍잎이 하나씩 물들어간다.

다음주면 제법 아름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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