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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2013.10.03-06 하늘정원 둘레길

장산곶매 2013. 10. 8. 18:31

가을 설악에 푹 파묻힐 심산으로 오랜만에 풀배낭을 싸서 출발.

이번 일정에는 용운이가 시간이 내어 동행했다.

바로 전날 나던 잔기침이 출발 당일엔 감기기운임을 감지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출발을 느지막이 했더니 고속도로 정체가 만만치 않아 홍천에서 늦은 점심.

늦은 오후에도 설악동 입구는 수많은 차량들로 주차장을 이루고.

 

그래도 바쁠것 없는 일정이라 느긋하게 주차해두고 묵직한 배낭을 등에 맨다.

소공원 산책로의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키며 설악에 들었구나 실감한다.

벌써 밤공기는 이렇게 차구나.

 

이튿날 예정했던 범봉 정찰을 위해 가벼운 단풍구경부터 하기로 한다.

석주 초입에서 계속 걸어 올라가다 가끔 등반할만해 보이는 바위가 나오면 로프등반도 하고.

건너편의 1275봉은 제법 단풍이 내려와 울긋불긋하다.

좌로는 흑범과 염라길이 보이고 앞에는 희야봉과 범봉이 반겨준다.

 

희야봉에서 범봉까지 동행뒤로 늘어선 외설악 첨봉들

 

나이프릿지 구간을 지나 희야봉에서 천화대와 합류.

날씨가 워낙 화창하고 기온은 적당히 시원해 쉬기 좋은곳마다 앉아서 놀며 주변 경관에 넋을 놓는다.

 

석주에서 본 범봉 희야봉 하강 작은 범봉

 

작은 범봉을 지나 작년에 처음 범봉과 대면한 그 곳에 다시 섰다.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했던 장엄한 모습의 범봉은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친근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햇살아래 범봉 정상에서

 

범봉 정상에 올라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 친구녀석 전화가 와서 전화통화도 한다.

이 친구 타이밍이 참 기가막히군.

 

하강은 범봉 정상에서 60미터 로프 1동으로 4회 하강.

안부에서 한참 쉬며 정찰하려 했던 범봉 전면벽의 크랙선을 찾아본다.

사람의 손길을 많이 타지 않아서인지 크랙에는 풀이 자라고 있고 앵커포인트는 보이지 않는다.

작은 사이즈의 캠이 제법 소요될듯 보이고 하루종일 햇볕이 드니 썬글래스가 필요할듯.

 

안부에서 설악골로의 하산은 사태지역 좌측에 난 길로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었다.

설악에 오니 기분은 무척이나 상쾌한데 그래도 몸은 피곤했던지 감기가 심해진다.

이튿날 콜록대며 일어나 다시 범봉 안부에 도착해보니 눈부신 아침햇살에 범봉이 온통 하얗다.

여러가지 여건상 이번에는 등반이 무리라고 판단하고 워킹으로 전환.

 

100미터폭포 하강중 100미터폭포 하단 100미터폭포 전경

 

잦은바위골을 처음 가봤는데 멋진 곳이다.

때로는 잔잔한 소에 물결이 일렁이며 햇빛을 부수고, 때로는 천길 낭떨어지 폭포가 나타나 폭포수 곁으로 하강하며

계곡을 내려오다 따사로운 햇볕 아래서 낮잠도 청하며 느긋한 오후를 보냈다.

 

범봉 동혈 협곡의 촉스톤

 

아름다운 협곡 감상과 길 찾는데 신경을 쓰느라 챙겨먹는 것을 깜빡했다.

덕분에 감기로 힘들었던 몸이 반란을 일으켜 저혈당쇼크를 제대로 경험했다.

돌아올때쯤이면 몸이 힘들거라 예견하긴 했지만 역시 산 앞에선 늘 겸허해야 함을 새삼 깨닫는다.

 

물결위에 부서지는 햇살 삼형제

 

오랜만에 가을 설악의 한 가운데에 푹 파묻혀 있다 오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같이 동행한 용운에게도 감사한다.

다음에 오게되면 등반하게될 범봉의 선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범봉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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