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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일지

2012년 5월 등반일지

장산곶매 2012. 5. 7. 13:12

2012.05.06 인수 여정길

2012.05.12 인수 취나드B, 동양길

2012.05.13 노적봉 경원대길

2012.05.19 설악산 유선대 유선D, 그리움둘

2012.05.20 설악산 장군봉 석이농장, 금강

2012.05.26-27 가덕도 해벽

 

 

 

2012.05.06 인수 여정길

 

올해 첫 기존바위.

파트너랑 둘이 오붓하게 등반계획을 잡았다.

노적봉을 갈 생각이었는데 우이동에서 아침햇살이 따가워 인수로 급변경.

 

어프로치 하는데 공기가 상쾌하다.

오랜만에 연인을 만나러 가는 느낌처럼 마음은 마냥 설레이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슬랩에 적응 할겸 여정길을 가기로.

까슬까슬한 바위의 질감이 참 반가운데

녀셕은 한동안 석회암만 만지며 놀았다고 핀잔을 주듯 나를 밀어낸다.

덕분에 첫피치에선 완전히 찌그러졌다.

 

한 세피치 오르니 비로소 약간씩 적응이 된다.

두피치를 한번에 이어가 보기도 했는데 60미터 등반거리에 확보물 거리도 멀어 제법 긴장했다.

마지막 피치의 슬랩은 바위가 살아있는 느낌이 참 좋았고.

한 2년만에 인수 정상에 올라본다.

탁 트인 주변의 경관에 마음도 시원해진다.

 

여정길 6P

 

서면하강후 짐을 꾸려 동면으로 이동해본다.

해마다 한번쯤은 가는 의대길을 두피치만 오르고 앞팀 정체로 하강.

더 올라봐도 좋았겠지만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두는 것도 괜찮다.

 

기존바위를 할때면 하드프리 오름짓과는 다른 긴장감이 있다.

하지만 그런 긴장감 속에서도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이 있어 푸근하다.

오랜만에 파트너와 둘이서 기존바위를 할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

늘 그렇듯 둘이서 등반하느라 사진한장 남기지 못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만끽하는 것이다.

좋은 봄날이다.

 

은방울꽃 (어린이날 홍릉수목원에서)

 

 

2012.05.12 인수 취나드B, 동양길

 

 

기존바위 등반약속을 잡는 일은 무척 단순할 수도 있고 제법 복잡할 수도 있다.

파트너와 둘이 할때면 아예 일주일 전에 등반 뒷풀이하며 다음주 어디 가자고 해두면 그만이지만

이번엔 그보단 약간 더 복잡했다.

 

토요일 기존바위 하려는 생각만 하고 누구와 갈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로 맞은 금요일.

아침에 용운이한테서 문자가 와서 시간이 된단다. 그럼 둘이서 오붓하게 신동엽길을 가볼까...

정오쯤 다시 문자가 와서 미선이도 같이 가자고 해서 세명이구나 싶다가

저녁에 원태형한테 문자가 와서 네명이구나 싶더니

선호형이 토요일 시간이 된다고 연락이 와서 다섯명이구나 했는데

다시 원태형이 다른 형님들과 가야한다고 네명이 되었다가

미선이가 도저히 7시까지 올 수 없어서 뒷 팀과 가겠다고 해서 다시 세명으로.

 

그렇게 맞은 토요일.

아침에 선호형이 늦는다고 문자를 보내와 일단 용운이와 둘이서 취나드 B 를 오른다.

 

취나드B 2피치 앵커에 있는데 선호형이 아래에 도착해 영자크랙에서 보자고 외친다.

3피치 앵커를 지나쳐 4피치 오버행 턱위의 앵커에서 피치를 마치니 약 60미터가량 되는듯.

귀바위 아래에서 취나드 B 를 마치고 텐션없이 잘 등반한 용운이에게 축하해준다.

귀바위 슬랩을 오르는데 정상에서 선호형이 기다리고 있다. 신출귀몰하시군.

정상에서 느긋하게 경치를 즐기고는 하강하며 여러 지인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 남면으로 이동해 동양길을 가보기로.

학교 B 의 밴드로 출발해 동양길로 이어가는, 예전에 봐두었던 라인을 따라 등반.

동양길 2피치의 슬랩까지 한피치로 끊고 동양길 3피치를 하고 하강.

동양길 3,4피치는 한번에 이어가도 좋을듯.

단피치를 좀 더할까 하다 다음날을 위해 체력을 좀 아껴두기로 하고 일찍 하산.

 

 

2012.05.13 노적봉 경원대길

 

일요일날 다시 7시에 우이동에서 만나 출발.

한적한 길을 따라 신록을 구경하며 느긋하게 가니 노적봉 경원대길 아래에 8시 30분 도착.

나와 선호형 한팀으로 경원대길, 태랑씨와 용운이 한팀으로 불장난길을 간다.

 

내가 먼저 출발해 첫피치를 올랐는데 그냥 걸어 올라가는 길이라 아쉬워 2피치까지 한번에.

1,2피치를 연결하면 중간에 등반라인이 꺾이니 차라리 2,3피치를 한번에 가는 편이 나을듯.

선호형은 3,4피치 63미터 가량을 한번에 가더니 6,7 피치 70미터도 한번에 간다. 완전 신나셨군. 

8피치 완등하고 아래의 테라스에서 기다리는 태랑용운팀과 합류해 같이 하강.

 

내려와보니 많은 분들이 바위에 붙어 제법 붐빈다.

우리는 느긋하게 간식을 먹다 한낮의 햇살이 따가워 일찌감치 하산하기로.

넷이 같이 우이동에 내려와 뒷풀이로 치맥과 수다를.

선호형이랑 치맥 뒷풀이는 처음인듯. 일찍 내려와 이런 시간을 갖는것도 즐겁다.

 

파트너와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주말을 보냈다.

높은 곳을 오르며 바라보는 경치에 가슴이 탁 트인 주말이었다. 

 

 

2012.05.19 설악산 유선대 유선D, 그리움둘

 

금요일 밤에 선호형, 용운이와 함께 설악산으로.

오랜만에 설악에 드니 푸근한게 고향에 온 느낌이다.

야영장에서 자고 6시 기상. 아침식사 하고 설악동에서 7시 30분 출발.

유선대에 도착해 9시 등반시작.

 

예전에 한번 해본 유선 변형D 코스 등반.

1,2 피치 한번에 가니 50미터 남짓.

3피치 40미터. 5.10c 의 크랙 한동작이 제법 힘쓰게 한다.

여기서 60미터 하강후 자일회수 하는데 걸려서 다시 이륙공천 2피치 등반해서 회수.

이쪽 벽에선 가급적 자일 한동을 꺾어서 하강하는 편이 좋겠다.

 

벌써 햇볕이 따가워 여름임을 실감한다.

원래 교대길을 가려했는데 너무 더울듯 해서 한참 쉬다 그리움 둘 릿지를 가기로.

오후 늦게 출발하니 계속 그늘에서 등반할 수 있어 좋았고

특히 다른 팀이 없이 한적하게 할 수 있어 최고였다.

길게 피치를 끊어 등반라인이 시원한 맛도 있었고 유선대를 오르며 즐기는 경치는 두말할 것 없이 최고.

 

하산후 옹심이 먹으러 시내로 향하는데 때아닌 연등 퍼레이드에 한동안 갇혀버렸다.

이런 축제야 좋겠지만 군과 경찰까지 동원해서 신흥사의 세력을 과시하는 모습은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원래 자기수련을 바탕에 둔 불교에 대해 호의적이었는데

최근 접했던 조계종 간부들의 뉴스등과 겹치며 타락한 종교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식사후 간단히 장보고 목욕하고 야영장에 돌아가 따뜻한 차 한잔으로 마무리.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싹 가신다.

행복이란게 참 단순할 때가 있다.

 

 

2012.05.20 설악산 장군봉 석이농장, 금강

 

이튿날은 기상시각을 30분 당겨 5시 30분 기상.

소공원 7시 출발. 기존길 아래 8시 도착.

가는 길에 본 적벽에는 이미 삼형제길과 이륙공천에 피치마다 등반자들이 매달려있고

장군봉 역시 기존길 아래 도착하니 기존길과 장군97, 10월1일생 전 코스에 등반자들이 빼곡하다.

한동안 기다려봐도 15명 남짓한 인원이라 진행이 더뎌 기존길 등반은 단념하고 비선대로 내려오니 9시.

 

다들 비선대 산장 마루에 누워 꿀맛같은 단잠에 빠진다.

인파가 빠진 아침의 비선대 산장은 한가한 맛이 있어 좋다.

실컷 자고 일어나 10시 30분에 남서벽으로 출발하려는데 1층에서 미현,성재와 마주친다.

어제 외상 갚으러 올라왔다가 그늘을 찾아 소토왕골로 간단다. 느긋해서 좋군.

 

남서벽 어프로치는 이틀 연속 해봐도 이틀 연속 힘들다.

아침일찍 시작한 팀들이 상단까지 진행한 상태라 하단은 한산하다.

강한 햇살이 여름을 방불케 해 우리는 하단피치만 하기로.

 

석이농장 3피치까지 한번에 올라볼까 생각하다 등반거리와 그늘등을 고려해 2피치에서 끊고.

2,3피치를 이어서 오르는 등반선이 멋진데 체력이 좋을 때 시도해 봐야겠다.

3피치에선 오버행을 넘어 페이스 등반을 시도해보다 부담스러워 우측 크랙으로.

3피치 앵커에서 바닥까지 70미터 자일로 한번에 깔끔하게 하강할 수 있어 편하다.

 

내려와 그늘에서 먹는 간식이 꿀맛이다.

용운이는 석이농장에서 힘을 많이 썼는지 쉬기로 하고 선호형과 나 둘이서 금강길로.

오랜만에 오는데 역시 재미있다.

2피치 크랙에서 힘좀 쓰고 내려와 놀다 하산.

 

이틀간 즐거웠다.

아직 기존바위 적응이 부족해 몸짓이 거칠었지만 가을엔 더 좋은 등반을 기약해본다.

설악에 들어서 또 한동안 버틸만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간다.  

 

 

 

2012.05.26-27 가덕도 해벽

 

올해초부터 가보려 했던 가덕도 등반 계획이 잡혔다.

용운, 미현, 미선, 성재 일행은 서울에서 차로 출발하기로 하고 나는 기차편으로 이동.

부산역에 도착해 길 건너서 520번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려 가덕도 천성정류장에서 하차.

근처에서 야영하고 이튿날 아침에 일행과 합류.

성재가 깁스를 하고 나타나 깜짝 놀랐다.

 

터널지나 오르막 시작하는 도로변에 산으로 진입하는 초입이 보인다.

사면을 따라가다 해변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암장에 도착한다. 약 15분 소요.

중간에 묘소로 오르는 길로 빠져 한참을 헤매고 다시 내려오며 첫 어프로치때 고생 좀 했다.

길 옆으로 수풀이 무성하고 특히 산딸기류의 덩굴에 가시가 있어 풀독을 조심해야한다.

 

정오쯤 해벽앞에 도착하니 햇볕이 쨍쨍하다.

재빨리 너럭바위에 타프를 쳐 그늘을 만들고 휴식을 취한다.

 

 

암장전경 강태공

 

 

오후 1시쯤 되니 왼쪽 구석의 루트부터 그늘이 들기 시작하고, 2시쯤에는 전면도 그늘에 든다.

오후 반나절동안 좀 쉬운 루트를 골라 여섯개 온사이트/플래쉬 했다.

해저마을(5.10a OS), 해저철도(1P 5.10c FL), 구명동의(5.10d FL), 공포의바다(1P 5.11b OS), 멍게반란(5.11c FL), 용궁(5.10b FL)

 

 

구명동의 해물나라 용궁

 

 

첫날 등반 마치고 인근 횟집에서 식사후 야영.

둘째날은 다대포 해수욕장을 가보겠다고 나왔다가 공사중이라 발길을 돌리고.

아미산 전망대에서 한참 놀다 1시쯤 가덕도로 돌아와 등반시작.

유토피아(5.10b OS), 천수대(5.10d), 해물나라(5.11a OS), 익투스(5.10b) 로 간단히 마치고 5시에 하산.

5분 일찍 도착한 6시 버스를 타고 용운이와 둘이서 부산역으로 나와 간단히 저녁먹고 7시50분 기차 탑승.

10시 22분 서울 도착후 지하철로 귀가.

 

 

가덕도의 석양 거가대교

 

가덕도 총평.

루트들의 등반선들이 자연스러워 마음에 든다.

작은 낙석들이 많이 발생하니 헬멧 사용 권장.

햇볕이 그리운 계절(2,3,11,12월)에 등반하는 편이 좋을듯.

여름에도 오후엔 그늘이 들겠지만 어프로치 길에 덤불을 헤치고 와야하고 오전엔 햇살이 따갑다.

교통편은 부산역에서 520번 버스로 1시간 남짓 걸려 천성마을까지 갈 수 있고

도로따라 20분 가량 도보로 이동 (또는 차로 5분 내) 해 등산로를 따라 15분 어프로치.

 

여러 힘든 여건에도 참석해 준 모두에게 감사하고 특히 성재는 빨리 낫길 바란다.

이렇게 좋은 암장을 만들어주신 개척자 분께 감사드린다.

 

 

photos courtesy of Park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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