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일지

2010년 8월 등반일지

장산곶매 2010. 8. 23. 22:31

8월 21일 적벽 교대길
8월 22일 장군봉 10월1일생 2피치/ 기존길 3피치-정상


8월 21일 적벽 교대길


8월 등반일지에 쓸 것이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늦게나마 등반 기회가 생겼다.
금요일 밤에 암장 식구들 여섯이 설악산으로.
울산바위 전망대 앞에서 비박.
모기가 한두마리 있었던듯 하고 지나다니는 차소리가 거슬리지만 그런대로 몇시간 눈붙일 수 있었다.
잠을 깨 눈을 뜨니 붉게 물든 울산바위가 장엄한 모습을 드러낸다.

야영 (photo by SonJJ)

비선대 아침 (photo by SonJJ)


비선대로 들어가 아침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적벽으로 어프로치.
햇볕을 제일 늦게 받는 교대길로 출발.
첫피치 중단에 작은 홀드를 잡고 가야하는 크럭스의 홀드가 습기를 머금었는지 미끄럽다.
갈 길도 먼데 힘을 아끼자며 그냥 퀵드로 잡고 통과.

둘째피치 시작은 인공구간이 틀림없어 보이는 구간.
아무런 고민없이 슬링을 잡으며 가다가 그나마 자유등반이 가능해 보이는 곳에서 시도.
수차례 추락. 힘 빠지니 인공으로 가기도 만만치 않다.

2p (photo by SonJJ)

struggle (photo by SonJJ)


세째피치 하단은 역시 힘들고 세째볼트부터는 경사가 약해져 자유등반이 어렵지 않다. 
11시 10분이 되면서 햇살을 받기 시작한다.
이제 시간과의 싸움.

네째피치는 짧지만 첫볼트 지나기가 무척이나 힘겹다.
그리고 정상.
햇살은 따갑고 바위는 달아 올라 발이 불에 덴듯 하다.

삼형제길로 트레버스해 무명봉 가기 전 안부에서 하강.
나무때문에 여기선 60미터 하강이 어려워 보인다.
30미터로 끊어 하강후 다시 나무에서 30미터 하강.
출발 테라스에서 마지막 한번 더 하강해 바닥에 도착하니 2시.
그늘부터 찾아 놓아둔 물 실컷 마시고 비선대 내려가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귀한 술이 돈다.
다음날 등반을 위해 적당히 자제했지만 제법 마셨다.


8월 22일 장군봉 10월1일생 2피치/ 기존길 3피치-정상

전날의 뜨거운 날씨를 기억하며 오늘은 좀 일찍 시작하자고 4시에 기상 5시 남짓해서 등반시작할 계획.
4시에 기상해 하늘을 보니 아름다운 별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이틀연속으로 이렇게 잠에서 깨자마자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인생은 아직 살아볼만하다.

먹어야 산다는 일념으로 사과하나랑 두유하나, 떡한팩을 우물거리며 준비.
헤드랜턴을 켜고 장군봉 어프로치를 하는데 여러번 가본 길임에도 어둠속에선 또 다름을 새삼 느낀다.
한참을 올랐다 다시 내려왔다 길아닌길을 헤치고 가며 힘을 쏙 빼고
남인형이 다시 내려가서 물을 가져오는 수고를 해 총 8리터의 물을 챙겨 출발.

붉은 아침햇살을 받으며 '나의 소중한 사랑 10월 1일생' 1피치로 등반시작.
첫피치부터 30미터가 넘어가 자일 3동만 챙긴 우리는 시스템이 약간 복잡해졌지만 등반은 어렵지 않았다.
둘째피치 페이스도 30미터가 넘어가는 거리.
페이스가 무지 짜서 상단의 닥터링된 홀드 잡고 일어서는 무브는 인공으로 통과하기도 쉽지 않다.
벌써부터 아침햇살이 따가워 슬슬 바위가 달구어진다.

장군봉의 아침 (photo by LeeJH)

10월1일생 2p (photo by SonJJ)


10월1일생 3피치는 우측으로 기존길을 가로질러 트래버스 해야하는데
다른 팀과 엉키는 문제도 있고 따가운 햇살도 피할겸 3p부터 기존길로 변경.
오랜만에 만져보는 기존길 직상 크랙은 역시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무거운 배낭을 매고 오르니 좀 힘이 부치지만 익숙한 몸짓으로 오른다.

4피치 짧게 올라 5피치 침니를 오르니 구석에서 잠시 쉴 여유가 생긴다.
달구어진 발을 잠시 식히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6피치 실크랙으로 오르다 약간 좌측으로 돌아 소나무 옆에서 종료.
7피치 침니를 올라 상단 안부의 큰 소나무에 슬링 둘러 확보점 마련.
8피치 왼쪽 벽을 올라 등반 종료.

오랜만에 온 기존길, 역시나 길다.
그래도 이 더운 날씨에 무사히 마칠 수 있어 좋았다.

극한 환경에서도 시종 미소를 잃지 않고 일행을 이끌어주신 소장님을 보며 느낀 바가 많았다.
같이하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