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일지

2014년 8월 등반일지

장산곶매 2014. 8. 3. 21:24

2014.08.02 인수 구조대

2014.08.09 인수릿지

2014.08.15 남설악 칠형제봉

2014.08.16 미륵장군봉 미륵2009

2014.08.23 인수 남면/동양+여정

2014.08.24 범굴암

2014.08.30 인수 남면

2014.08.31 선인 경송A

 

 

 

2014.08.02 인수 구조대

 

서울의 하늘빛이 너무 아름다워 태풍이 오거나 말거나 일단 산으로 향한다.

버스타고 우이동 가는 중간 중간 보이는 북한산의 암봉들이 평소보다 훨씬 또렷하다.

비둘기샘 앞에서 오수를 청하고 일어나 인수앞에 서니 전면벽은 생각보다 붐벼 우리는 구조대길을 가기로 한다.

귀바위에 올라 경치 구경하는 것이 오늘의 목표.

 

심우길 첫피치에서 우측으로 돌아나가 구조대길 7피치부터 11피치까지 등반.

귀바위 아래 도착할 즈음 먹구름이 깔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살짝 떨어진다.

비가 오려나 싶어 재빨리 벗길로 하강해 일찌감치 하산.

결과적으로 귀가할 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다행이라 해야할지. 

 

구름 사이로 보이는 코발트 빛 하늘이 무척 아름다웠던 하루.

 

 

 

2014.08.09 인수릿지

 

일주일 간격으로 또 다른 태풍이 오고 있다.

입추가 지나서인지 태풍의 영향인지 아침 저녁으로 공기는 제법 선선해졌다.

오늘은 인수 릿지 구경가기로.

 

십년전에 설교벽으로 인수릿지 올라본 이후 처음이다.

인수의 북면을 오랜만에 보니 늘 보던 매끈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

 

인수 인수릿지

 

인수릿지 초입을 찾아 짤막한 슬랩을 몇개 지나고 설교벽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장비 착용.

인수 등반하며 보조자일로 온 건 처음인듯.

경치 구경 잘 하며 인수 정상에 도착하니 우리 둘 뿐이다.

잠시 정상에서 석양을 감상하고 바람이 거센 서면 하강.

 

가을이 머지 않았다.

 

 

2014.08.15 남설악 칠형제봉

 

여름 릿지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남설악 칠형제봉을 가기로 한다.

이번엔 남인형도 같이 합류해 셋이서 설악을 향한다.

금요일 오전 7시 출발해 10시 흘림골 도착.

이날 종일 강원도쪽 교통이 극심한 정체였는데 운이 좋았다.

 

흘림골 입구에 주차하고 곧바로 급사면을 따라 칠형제봉 능선을 오른다.

1봉 초입까지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지만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다녔는지 길이 잘 나있는 편이다.

첫 피치 앞에서 셋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1번 선호형 2번 남인형 3번 나의 순서대로 선등.

덕분에 선호형이 1봉과 5봉을, 남인형이 3봉을, 내가 4봉을 맡게 되었다.

장비는 30m 보조자일 2동, 캐머롯 5호까지 챙겼는데 다음엔 4호까지만 챙겨도 충분할듯.

 

1봉의 침니 지나 페이스 등반이 다소 까다롭다.

1봉 정상에 오르니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의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어 마냥 좋다.

첨탑같은 주위의 암봉들과 넘실대는 구름이 있으니 설악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칠형제

 

2봉은 등반성이 없어 그냥 돌아가면 되고 3봉 초입은 다소 까다로운 반침니.

반침니 바깥의 발홀드를 사용하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지만 4m 가량 올라야 확보물 설치가 가능해 긴장된다.

3봉 정상에서 25m 오버행 하강 두번을 하면 안부에 도착.

 

4봉은 아래에서 보기엔 레이백이 가능할듯한 플레이크인데 막상 올라보면 잘 잡히지 않는다.

역시 확보물 설치가 어려워 무서우면 반침니 등반을 하게되고 과감하면 스테밍으로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4봉까지가 등반성이 있어 여기서 마치고 흘림골쪽 탈출로로 하산할 수도 있다.

 

3봉 오름 4봉 오름 5봉

 

칠형제봉에서 제일 높은 5봉은 등반선이 썩 깔끔하지는 않다.

5봉 정상에 도착할 즈음부터 구름이 주위를 감싸며 주변이 온통 하얗게 변한다.

외설악 칠형제봉 갔을때도 5봉에서 구름에 갇혔는데 칠형제들은 성격들이 비슷한듯.

6봉에서 30m 하강하고 다시 쌍봉에서 하강하는 것으로 등반이 끝난다.

 

7봉은 존재감 없이 지나치고서 능선을 한참 이어가봐도 더 이상 칠형제봉 암릉은 아닌듯하다.

되돌아와 흘림골 방향으로 급사면을 15분가량 내려서니 흘림골과 만난다.

계곡에서 탁족하고 느긋한 발걸음을 옮겨 흘림골 입구로 되돌아오니 17시경.

 

여름 릿지 시리즈의 대미를 멋진 풍경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

이제 가을을 준비하며 벽등반을 좀 해야겠다.

 

 

2014.08.16 미륵장군봉 미륵2009

 

남인형은 속초로 떠나고 파트너와 둘이서 반딧불과 별들을 벗삼아 야영하고 이튿날은 미륵장군봉으로.

9시쯤 신선벽 앞에 도착했는데 벌써 많은 이들이 벽에 붙어있다.

우리는 타이탄길 한피치를 올라 우측으로 이동해 미륵2009 를 가보기로 한다.

 

첫피치는 홀드 찾는 재미가 쏠쏠한 페이스. 선호형은 2,3 피치를 한번에 이어가고.

나도 4,5 피치를 한번에 이어가고서 선호형이 올라와 다음 피치는 어디로 올라야 하는가 물어보신다.

끝났다고 하니 선호형이 무척 허탈한 표정을 지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미륵2009는 4피치 오버행 구간에서 크럭스를 돌파후 퀵드로 클립을 하는 것이 좋다.

캠은 필요없고 두피치씩 이어갈 경우 퀵드로는 약간 넉넉히 챙겨야 한다.

짧지만 재미있는 스포츠 루트였다.

 

계곡에 내려와 한숨 늘어지게 자고 신선벽을 올라볼까 하고 장비착용.

선호형이 '형님 먼저'라는 길을 골라 첫피치 오르는데 암질이 불안하다.

내가 2피치 오르는데 비가 오기 시작해 점점 굵어져 여기서 하강.

 

소나기로 바위가 젖어 이날의 등반을 접으며 아쉬워 한다.

하루 더 반딧불과 함께 야영하며 여름의 끝자락을 만끽하고선 아침에 귀경.

다음엔 또 어떤 모습의 설악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 설렌다.

 

장수대 아침

 

 

2014.08.23 인수 남면/동양+여정

 

오랜만에 오전 9시에 우이동에서 출발.

며칠간 내린 비로 바위는 눅눅하고 안개는 자욱해 인수 야영장에서 한잠 자고 12시에 남면으로.

 

학교A, B, 꾸러기합창 등의 단피치를 하고 오후 늦게 인수 정상을 향한다.

학교B 1P+동양2P / 동양 3,4P/ 동양5P / 여정6P/ 여정7P 스윙으로 정상까지.

학교B 의 밴드를 자연스럽게 이어 동양 2P 까지 연결하는 선이 좋다.

동양 3,4 피치는 한번에 이어가는 선이 마음에 든다.

한번에 네피치 90m 정도를 이어 등반하느라 힘들었지만 예전에 그려봤던 등반선을 몸짓으로 만들 수 있어 잠시나마 자유로움을 맛봤다.

여정 6,7 피치는 합쳐 65m 이고 로프 유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끊어서 하는 것이 좋다.

 

조용한 인수 정상에서 맞는 오후의 풍경이 평화롭다.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참 편안했던 하루였다.

 

 

2014.08.24 범굴암

 

인수에서 제법 힘을 썼던지 둘다 지쳐 이튿날은 좀 쉽게 하기로 해서 오랜만에 범굴암에 가본다.

11시쯤 도착했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벽 우측에 새로 만들었다는 화장실이 이색적이다.

 

이날은 6개의 루트를 모두 한번씩 등반.

한번에 완등되는 것도 있고 까다로운 곳에선 추락도 하지만 미련은 남기지 않는다.

오랜만에 오니 약간 생소하긴 해도 등반 거리가 짧아서 힘들진 않다.

다만, 언젠가 여름에 또 오게된다면 모기 기피제를 챙겨올것. 

 

적당한 정도의 운동을 하며 즐겁게 보낸 하루.

좋아하는 것이라도 컨디션에 맞춰 절제할 줄 알면 오히려 더 즐길 수 있음을 새삼 느낀다.

 

 

2014.08.30 인수 남면

 

토요일 아침에 올라갔지만 이번에도 비둘기샘 앞에서 모자란 잠을 보충한다.

인수 야영장은 벌써 바람만 살짝 불어도 오한이 들 지경.

정오쯤 남면으로 이동.

짬뽕길에서 몸풀고 오랜만에 '아직도 생각중' 한번 '해우' 두번 등반.

예전보다 홀드를 잡고서 여유가 생겼다. 해우는 처음 재등한듯.

 

이후 내려오다 '챔피언을 위하여' 등반.

칸테 등반을 할 기회가 자주 없는데 참 재미있는 형태의 등반이다.

하루 해가 많이 짧아졌다.

 

 

2014.08.31 선인 경송A

 

오랜만에 선인 등반.

늦잠 자고 오후에 출발했는데 이날은 하루종일 비염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경치구경이나 하자고 요델버트레스 갈 생각이었는데 두팀이 등반중.

계획을 바꿔 개념도를 보며 안해본 재미있는 루트를 찾던중 경송A 가 5.10c 에 별넷으로 당첨.

경송A 출발점의 테라스가 산 중턱에 오른 느낌을 주는 기분 좋은 곳이다.

 

개념도 보며 이쪽 길이다 저쪽 길이다 갑론을박 하다 장비를 찬 선호형이 먼저 출발.

볼트 세개인가 지나 좌측 크랙에 노란 에어리언 하나 설치하고 좁아진 침니를 지나 피치 완료.

 

내가 후등으로 올라 다시 개념도를 확인해보니 다음 피치는 좌측으로 트레버스 해야 할 듯 한데

좌측으로 좀 가봐도 등반선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아래쪽에 다른 팀이 있어 경송A가 어느쪽인지 여쭤보니 직상 슬랩이란다.

 

일단 슬랩을 직상해 보는데 첫 볼트부터 제법 멀다.

중간에 플레이크를 안고 우측으로 넘어가 한숨 돌리고 상단의 크랙을 관찰해봐도 확보물 설치는 불가.

볼트에서 4m 쯤 올라와 좋은 스탠스에서 눈어림 해보니 한 3m 더 올라야 마지막 볼트가 있다.

마땅한 홀드가 안보여 꼬집어 잡은 작은 돌기는 부서져 나가고 조금씩 오를때마다 떨어지면 더 아프겠구나 싶다.

온 신경을 집중해 마지막 볼트에 도착해 잽싸게 퀵드로를 걸고 움켜쥔다.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테라스에 도착하니 긴장 탓인지 잠시나마 비염도 싹 가셨다.

선호형은 늘 그렇듯 힘들어 하지도 않으며 잘도 올라오시고.

 

한 피치 등반으로 정신력이 고갈되어 여기서 하강.

내심 우리가 오른 길이 경송A가 아닐 것이라 생각해 하강하며 좌측 슬랩 트레버스 후 수직 크랙을 오르는 등반선도 봐두었다.

 

하산후 짬뽕 한 그릇씩 얼큰하게 먹고 귀가해 검색해보니 우리가 오른 길이 경송A 3피치 까지였다.

3피치 오르며 오랜만에 온 신경을 집중해 등반했고 사지 멀쩡히 내려와 다행이라 생각한다.

실력이 부족해 힘겨웠지만 3피치까지 아름다운 선을 따라 난 좋은 길이다.

1,2P 35m (직상시 작은 캠 소요), 3P 35m (볼트 6개)

다음에 오게 된다면 비염없는 약간 쌀쌀한 날이 좋겠다. 다시 오게 된다면...

 

바위 앞에서 다시 겸손을 배운 길고도 짧았던 하루.

하산길 석굴암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리며 우리를 배웅한다.